이어링을 먼저 고르는 사람의 이유
이어링은 얼굴 가까이 놓이는 주얼리다. 이 글은 주얼리 PR 경험과 실제 구매 목록을 바탕으로, 이어링이 왜 가장 먼저 고려되는 선택지가 됐는지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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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귀걸이를 하면 1.5배, 머리를 기르면 6배, 살을 빼면 12배 예뻐 보인다」는 말에서 출발한 고백이다. 수치의 실제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글쓴이는 이어링이 가장 빠르게 인상을 바꾸는 주얼리라고 본다. 머리를 기르거나 체형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어링은 꺼내 착용하는 순간 얼굴 주변의 분위기를 바꾼다.
그 판단에는 주얼리 브랜드 PR팀에서 일하던 경험도 있었다. 매달 셀럽 협찬 결과를 확인하던 시절, 초반에는 예산 때문에 이어링 샘플을 많이 주문하지 못했다. 두 짝이 한 세트인 이어링은 네크리스나 링보다 금액 부담이 컸고, 같은 예산이면 반지를 여러 개 사는 편이 협찬 건수를 늘리기 쉬웠다. 하지만 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이어링은 협찬 건수 대비 노출 빈도와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유는 단순했다. 링, 브레이슬릿, 워치는 착용해도 손이 화면에 잡히지 않으면 노출이 어렵다. 반면 이어링은 얼굴이 나오는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보인다. 이후 샘플 바잉을 맡은 뒤에는 이어링 중심으로 오더했고, 스타일리스트에게도 이어링 위주로 제안했다. 그 경험은 개인적인 구매 기준에도 남아,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투자하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현실템은 클래쉬 드 까르띠에 이어링이다. 클래쉬 드 까르띠에는 이름처럼 클래식한 인상과 현대적인 인상을 함께 가진 컬렉션으로 소개된다. 글쓴이는 피코 장식의 입체감이 캐주얼한 룩에 어울리고, 끌루 드 파리의 분위기가 차려입은 룩에서도 존재감을 낸다고 판단했다. 실제 착용 경험도 그 계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이어링에는 글쓴이만의 다른 쓰임도 있었다. 후프 둘레가 약지 사이즈와 거의 맞아, 이어링 클러치를 닫고 핀과 클러치 부분이 손바닥 쪽으로 오게 끼우면 클래쉬 드 까르띠에 링 두 개를 레이어드한 듯한 모습이 된다는 설명이다. 글쓴이는 두께감 있는 반지는 51호, 얇은 반지는 50호를 착용한다. 까르띠에가 공식적으로 제안한 착용법은 아니지만, 피니싱 덕분에 특정 상황이 아니라면 큰 불편 없이 착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 현실템은 티파니앤코 하드웨어 이어링이다. 글쓴이는 클래식한 주얼리를 좋아하면서도, 팝스타나 힙합 아티스트가 착용할 법한 도시적인 주얼리에 대한 동경도 갖고 있었다. 티파니 하드웨어는 그 무드를 세련되게 풀어낸 체인 주얼리 컬렉션으로 느껴졌다. 퇴사 직후 캐주얼한 룩을 편하게 입고 싶었지만 두꺼운 체인 네크리스나 브레이슬릿까지 시도할 용기는 없었고, 하드웨어 이어링이 부담을 낮춘 선택지로 다가왔다.
긴 얼굴형 때문에 길게 떨어지는 드롭 이어링은 자주 착용하지 않지만, 티파니 하드웨어 이어링은 과하게 길지 않고 도톰한 볼륨감이 중심을 잡아줬다. 여러 번 고민하지 않고 착용한 날 바로 구매했다. 퍼스널 컬러 진단 전이라 개인 취향대로 옐로우 골드를 선택했지만, 얼굴빛을 크게 죽이지 않아 지금까지 만족하며 착용하고 있다. 다만 드레시한 룩을 입는 날에는 다른 클래식 주얼리에 손이 가고, 이 이어링은 편하게 힙한 분위기를 내고 싶은 날 자주 찾는 쪽에 가깝다.
이 구매에는 리치몬트 그룹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며 명절마다 받은 백화점 상품권을 모아 보탠 기억도 붙어 있다. 결제할 때 확인한 상품권 총액이 생각보다 컸고, 글쓴이는 큰 할인을 받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지난 10년의 회사 생활이 조금은 뿌듯하게 느껴졌다는 회상도 이어진다.
세 번째 현실템은 쇼메 조세핀 아그레트 이어링이다. 글쓴이가 조세핀 컬렉션에 끌린 이유는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이야기였다. 이미 두 아이의 어머니였던 다섯 살 연상의 과부 조세핀을 선택한 나폴레옹의 선택을, 글쓴이는 2026년의 시선에서도 쉽지 않은 일로 받아들인다. 쇼메가 나폴레옹 1세 즉위와 함께 왕실에 보석을 납품하는 전속 보석상이 되었고, 황제 대관식의 왕관과 검, 나폴레옹 1세의 결혼 예물 등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배경도 이 관심을 키웠다.
글쓴이는 몇 년 전 루브르 박물관 아폴론 갤러리에서 나폴레옹이 아내에게 선물했던 보석 컬렉션을 직접 보러 갔다. 지금은 도난으로 인해 다시 감상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됐다고 적었다. 당시에는 규모와 세공, 스톤의 컬러를 오래 바라보다가 「아, 이 사람은 진짜 주얼리에 미친 사람이었구나」라고 느꼈다. 남편의 성이 ‘나’씨라는 점도 이 컬렉션을 들이고 싶다는 마음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더했다.
조세핀 아그레트 이어링은 페어 컷 아쿠아마린이 세팅된 스터드 이어링 아래에 장식을 하나 더 체결하는 구조다. 실제 볼륨에 비해 존재감이 크고, 글쓴이는 다른 주얼리나 워치 없이 이 이어링 하나만 착용했을 때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캐주얼 룩에는 조금 과해 최소 비즈니스 캐주얼이나 드레스업한 날에 착용한다고 설명한다. 아쿠아마린은 여름쿨톤 컬러에 가깝지만 다이아몬드와 함께 세팅되어 겨울쿨톤 얼굴도 환하게 보이게 한다는 경험도 적었다.
욕망템 첫 번째는 부쉐론 플륌 드 펑 클립 이어링이다. 글쓴이는 아르누보 시대의 깃털 모티브에서 여성성과 우아한 움직임뿐 아니라 중성적인 분위기도 읽어왔다. 유럽 왕실 초상화 속 왕족과 군인의 관, 모자에 장식된 깃털을 떠올렸고, 깃털이 기사도와 권위, 깃털 펜을 통한 지혜와 학식, 예술적 영감의 상징으로 쓰였다는 점에도 마음이 갔다. 그래서 깃털은 단순히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권위와 긴장감을 가진 요소로 느껴졌다.
여러 메종이 깃털 모티브 주얼리를 선보이지만, 글쓴이에게 부쉐론의 플륌은 오래전부터 위시리스트 속 1번이었다. 깃털 한 올 한 올을 촘촘하게 표현하면서도 유연함을 담은 점이 이유였다. 특히 플륌 드 펑 클립 이어링은 깃털이 아래로 떨어지는 형태가 아니라 귓볼에서 귓바퀴 쪽으로 상승하는 가로 방향 디자인이다. 긴 얼굴형에 얼굴의 가로 볼륨을 채우고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는 구조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가격은 고민으로 남았다. 처음 갖고 싶어 했던 때와 비교하면 어느새 천만 원 이상 올랐고, 글쓴이는 그때 샀다면 가만히 앉아서 천만 원 번 셈이라는 아쉬움도 느낀다. 동시에 주얼리는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는 말도 다시 실감한다. 지금 가격을 보면 이성적으로는 포기해야 한다고 느끼지만, 셀럽 착용 사진을 저장하고 확대해 보는 행동은 아직 이 이어링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쪽에 가깝다.
욕망템 두 번째는 반클리프 아펠 로즈 드 노엘 이어링이다. 글쓴이는 유명한 해외 빈티지 주얼리 경매 사이트에서 산호 소재로 기억되는 로즈 드 노엘 이어링을 처음 봤다. 꽃잎과 꽃술 디테일이 섬세하게 표현된 모습을 보며 직관적이고 아름다운 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당시에는 단종된 반클리프 아펠의 트래디션 컬렉션에서만 볼 수 있는 디자인으로 알았지만, 이후 일부 소재가 현행 컬렉션으로 운영되고 있고 터콰이즈 버전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터콰이즈에 대한 취향도 이 이어링을 욕망템으로 만든다. 글쓴이는 터콰이즈가 보통 여름의 보석처럼 여겨지지만, 한여름의 리조트 룩보다 무채색의 두꺼운 코트나 짧은 퍼 재킷 위에서 더 매력적이라고 느껴왔다. 터콰이즈가 12월의 탄생석이라는 점, 로즈 드 노엘이 겨울에 피는 크리스마스 로즈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이라는 점도 맞물렸다. 머릿속에는 무채색의 크리스마스 디너 룩 위에서 터콰이즈 이어링 한 쌍이 선명하게 빛나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미 반클리프 아펠의 터콰이즈 주얼리인 스윗 알함브라 이어링과 빼를리 컬러 배리에이션 링을 가지고 있지만, 글쓴이가 아쉬워했던 건 존재감이었다. 두 점은 볼륨감이 크지 않아 터콰이즈의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내기 어렵다고 느꼈다. 반면 로즈 드 노엘 터콰이즈 이어링은 처음 본 순간부터 강렬했다. 꽃이나 나무 같은 식물 모티브 주얼리에 쉽게 마음이 가는 취향, 긴 얼굴형을 보완하는 볼륨 있는 스터드 형태도 이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욕망템 세 번째는 샤넬 코코 크러쉬 비대칭 이어링이다. 글쓴이는 이전에 얼굴형을 보완하는 이어링 형태를 다루며, 얼굴의 가로 볼륨을 채우는 이어링이 중요하다고 적은 적이 있다. 코코 크러쉬 비대칭 이어링은 이어커프와 이어링이 연결된 구조라 시선을 얼굴의 가로 방향으로 분산시키고, 긴 얼굴형을 균형 있게 보이게 하는 디자인으로 받아들여졌다.
고민도 분명하다. 이어커프가 함께 달린 구조는 비교적 캐주얼하고, 싱글 이어링이라는 점도 글쓴이에게는 큰 허들이다. 비슷한 금액이면 유행을 덜 타는 클래식 주얼리를 하나 더 사는 편이 맞는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40대가 되었고, 이제는 1년에 이 이어링을 할 수 있는 날이 몇일이나 될지도 생각하게 됐다. 그래도 제니나 김고은의 착용 모습을 보거나 성수동에 가야 하는 날이면 이 이어링이 다시 떠오른다.
글쓴이의 결론은 이어링을 고르는 과정 자체에 가깝다. 귀에 장식을 다는 것만으로 1.5배 예뻐지는 일이라면, 피부톤에 맞는 소재나 컬러스톤을 고를 때 다시 1.5배, 얼굴형에 맞는 디자인을 고를 때 또 1.5배쯤 예뻐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계산하면 충분히 고민해 고른 이어링은 총 3.375배 예뻐질 수 있는 선택이 된다. 남은 문제는 귀가 양쪽에 하나씩만 뚫려 있다는 점이고, 글쓴이는 귀를 더 뚫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여자가 귀걸이를 하면 1.5배, 머리를 기르면 6배, 살을 빼면 12배 예뻐 보인다
아, 이 사람은 진짜 주얼리에 미친 사람이었구나



